기후변화에 대응하여 기업들은 종종 ‘자발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대중과 투자자들에게 공개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입니다. 2000년에 설립된 비영리기관인 CDP는 기업의 기후정보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합니다. 기업이 기후정보를 공개하도록 장려함으로써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글로벌 운동에 참여하도록 장려합니다. CDP의 핵심은 ‘기업의 자발성’입니다.
CDP의 ESG 정보공개 측면에서 가장 큰 특징은 ‘자발성’이다. CDP는 정부와 무관한 비영리기관으로, 기업이 기후정보를 공개할 ‘법적 의무’가 없다. 오히려 기업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 CDP가 요구하는 정보공개 항목을 작성하고, 이러한 항목을 외부에 공개할 경우 투자기관이 기업의 탄소배출량이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한명성·김평, 2022). 이는 연평균 125,000tCO2-eq 이상을 배출하는 기업이나 사업장 배출량이 25,000tCO2-eq를 초과하는 기업(자발적으로 신청한 기업 포함)이 탄소배출권 거래 현황을 보고하도록 요구하는 배출권거래제와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다. 기업이 자본시장에서 거래할 인센티브와 경영자에게 경제적 인센티브가 중요한 사실(김현아 등, 2016)임을 고려할 때, 기업이 탄소배출량 등 기후정보를 외부에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그러한 정보 공개의 장단점을 고려하지 않는 투명한 경영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행동은 주주, 대중, 외부 투자자 간의 기업과 경영자에 대한 정보 비대칭을 줄일 수 있다. 기업의 기후정보 공개 → 주주 등과의 정보 비대칭 해소
경영자와 주주 간의 정보 비대칭 관계를 소개하는 유명한 경영 이론이 있다. 바로 대리인 이론이다. 1976년 경영학자 젠슨과 메클링이 소개한 이 이론의 핵심은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가 경영 의사결정(권리)을 경영자에게 위임함으로써 두 주체 간에 정보 비대칭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 연구자들은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주주에 대한 모니터링이 불완전하기 때문에 경영자가 자신의 명예나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예를 들어 기업 투자, 인수 합병과 같은 중요한 재무 정보의 공개나 횡령이나 신뢰 위반과 같은 일부 임원의 부정 행위도 정보 비대칭을 줄일 수 있다. 반면, 앞서 언급했듯이 CDP를 통한 기후 정보 공개는 ‘자발적’이라는 의미에서 기업의 투명한 경영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기업이 CDP의 기후정보 요청에 응하고 기업에 민감할 수 있는 기후정보를 기꺼이 공개한다면 장기적으로 주주와 대중에게 ‘지속가능경영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다. CDP를 통한 기후정보 공개에 대한 다양한 연구 결과가 제시되었다. Lee & Cho(2021)는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수집된 국내 기업의 CDP에 제출된 탄소배출정보 자료를 활용하여 기업의 ESG 성과 중 E(환경) 성과가 높은 기업일수록 CDP를 통해 탄소배출정보를 보다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하였다. 즉, ESG 경영과 관련된 평판이 기업으로 하여금 정보비대칭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반면에 제조기업 등 탄소배출량이 많은 기업은 기후정보의 자발적 공개를 꺼릴 수 있다. 김선화(2018)는 기업의 재무분석가 수와 일별 주가수익률의 표준편차를 ‘정보비대칭’의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 정보비대칭이 높은 기업은 정보비대칭이 낮은 기업보다 탄소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탄소위험이 높은 기업은 정보비대칭이 높을 경우 탄소위험으로 인한 부채조달비용 증가가 더 큰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탄소위험과 정보비대칭이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 기업운영의 핵심인 자본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보여준다. *본 연구에서 김선화는 매출 대비 탄소배출량으로 측정한 탄소강도(carbon intensity)를 탄소위험의 대리변수로 사용했다. 다행히도 CDP에 기후정보를 공개하는 등 자발적으로 ‘정보비대칭’을 줄이는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2023 CDP Korea Report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23,000여 개 기업이 CDP를 통해 기후정보를 공개했으며, 이는 전년 대비 24%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국내 875개 기업이 기업 CDP를 통해 기후 정보를 공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05% 증가한 수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기업의 탄소 감축 활동에 대한 제도적 지원과 주주 및 국민의 관심이 커진다면 더 많은 기업이 기후 정보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화(2021). “정보 비대칭성이 탄소위험 및 채무조달비용에 미치는 영향 분석,” 「중소기업금융연구」, 제41권 2호, pp. 1-24. 김현아, 유승원, 정석우(2016). “기업집단의 자발적 정보공개와 계열사의 자발적 정보공개의 관계,” 「경영연구」, 제45권 3호, pp. 947-981. 한정성, 김평(2022). “기업의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참여 영향요인 분석: 제도적 조직이론을 중심으로,” GRI연구리뷰, 제5권 2호, pp. 24, No. 1, pp. 183-209. 이정환, 조진형. 2021. “탄소 배출과 탄소 공개의 기업가치 효과 – 한국의 증거” 국제환경연구 및 공중보건 저널 18, no. 22: 12166. https://doi.org/10.3390/ijerph182212166